"아니, 여기 보면 제 채널명이 왜 사축채널인거죠?
그리고 왜 김사원,정사원과 같이 묶여있는 것이지요? "
입사 6년차 허은미 대리가 흥분된 목소리로 왕사장에게 물었다.
모니터 속 왕사장은 매우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허대리, 그동안 고생 많았지. 입사해서 벌써 6년동안 뼈빠지게 일했지?
그것을 내가 인정해주겠다는 걸세 ! 껄껄껄 !
그래서 회사내 가축처럼 열심히 일한 사람을 칭하는
사축(社畜)이라는 매우 명예스러운 표현을 썼다네"
허은미 대리는 부들부들 떨리는 작은 주먹을 꽉 지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입사 12년차 이상해 과장이 옆에서 허은미 대리를 가라앉히기 위해 나섰다.
"와~ 허대리는 좋겠네. 사장님이 특별히 애칭도 달아주시고 말이야 !
부럽다~! 나도 사장님의 사축이 되고싶어와요~"
왕사장은 이상해 과장의 말을 듣더니 매우 흡족해하며 말을 이었다.
"껄껄껄 ! 매우 훌륭한 태도일세, 이과장 ! 조만간 승진이 눈앞에 보일락 말락 하는구만 !
아, 그리고 허대리와 김사원,정사원을 같이 묶은 까닭은 함께 팀을 꾸리라는 의미일세.."
"팀이라니요? 힘없는 대리, 사원끼리 팀을 짜셔 뭘 하란 말씀이신가요?"
허대리가 왕사장이 있는 모니터를 노려보며 물었다.
왕사장은 뜸을 들이는척 하다가 대답했다.
"음...자네도 알다시피 현대 조직사회의 큰 문제가 바로 꼰대문화 아니겠나?
그러니 자네들이 그 꼰대조직을 깔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조직문화 개선에 힘이 되주었으면 하네 !"
왕사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김부장과 이과장은 소리쳤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사장님!
사실 사장님이나 저희같은 사람들은 꼰대가 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것은 허대리나 말단 사원들이 제격이지요!"
"역시 ! 나를 알아주는 것은 김부장과 이과장밖에 없네 그려 껄껄껄 !"
"자, 그러면 오늘 회의를 마무리를 하도록 하지.
이 과장이 오늘 회의 요점을 정리해서 말해보게 !"
"넵 !
왕사장님은 꼰대천국,
저랑 김부장님은 간신나라,
허대리는 사축채널,
김사원은 프로번아웃러,
정사원은 대항마 TV
이상입니다!"
컴퓨터 모니터가 꺼지고 왕사장의 얼굴도 사라졌다.
그러자마자 김부장과 이과장이 바로 역정을 냈다.
"아, XX 사장XX. 뭔 또 지랄이여. 얼마나 심심한가 무슨 유튜브여!!!"
"그러게 말입니다. 과장달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요!"
"야, 이과장 ! 열받는다 ! 담배피러 가자 !"
그리고 김부장과 이과장은 회의실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회의실에는 허대리,김사원,정사원만 남았다.
"소미씨..성실씨..
이런 뭐같은 상황에 무슨 표현이 적절할까?"
가만히 있던 정사원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5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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