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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생활/콩트의 방

[단편콩트] 라디오와 저녁이 있는 삶 - 눈높이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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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저녁이 있는 삶에 무엇을 하십니까?



특히나 고단했던 하루, 월요일이 유유히 손을 흔들며 떠나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그렇게도 버겁게 느껴졌던 월요일이 어둠속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 하루 어떻게 지내셨나요?


오늘 제게 세 통의 이메일이 왔는데요,

시간 관계상 두 개의 사연만 말씀드리고,

나머지 한 개는 다음 시간에 소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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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아이디 '고등어'님의 사연입니다.



저는 6살 딸을 둔 아빠입니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제 딸이 달려오더니 묻더라구요.


"아빠, 갑질이 뭐야?"


저는 대답보다 먼저 되물었습니다.


"어디서 들은 말이야?"


"응, 손오공이 변신로보트 회사한테 갑질했다고 뉴스에 나와서. 손오공이 혼내준거야?"


할 말이 없더군요. 요즘 애들 앞에서 뉴스 보기가 겁이 나네요..

딸래미한테 뭐라고 답해주면 좋았을까요?


음...제 방송에서는 사회 이슈를 잘 다루지는 않지만

이렇게까지 진지한 사연을 보내주시니 잠시나마 읽어봤습니다.


정답은 없겠지요.

그래서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해 봤습니다.


1번. 손오공이라는 이름의 회사 사장이 변신로보트 회사 사장한테 나쁘게 한거야.


2번. 너희보다 어린 친구들이 같이 게임하고 놀자고 왔는데, 너희가 게임에 질까봐 어린 친구들을 밀어 넘어뜨리면 기분이 어떻겠니? 그거랑 비슷한거야.


3번. 모르겠다. 엄마한테 물어봐.



여러분이라면 어떤 대답을 하실까요?


그저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3번이 많을꺼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퇴근하고 피곤한 아빠들은 생각하는거 자체가 일일 수 있거든요. ^^;


정답은 없겠지만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해주는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고등어님, 도움이 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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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느티나무님의 사연입니다.


최근에 새로 알게된 여성 한 분이 계십니다.

대화는 그렇게 자주 나누지는 못했고, 아직 카톡만 며칠 주고 받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퇴근하면서 

"퇴근 하시나요?"

카톡으로 물어봤는데 야근을 하고 있다네요.


부담스럽지 않게 기운내길 바라는 마음에 신나는 곡 하나를 링크로 보내주고,

퇴근하면서 듣기에 좋은 곡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일이 안 끝났는지 답변이 없네요..

슬픕니다.


음...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면

주인공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며 최적의 결과를 찾아갔었지요.


그런데 마지막에 한 말을 기억하시나요?


"이제 난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다.

 하루를 위해서라도, 그저 내가 이 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역시 이것에도 정답이 없지 않을까 싶지만

무엇인가 느껴지는 것은 확실합니다.


느티나무님, 좋은 소식 있을겁니다.



시간이란 참으로 상대적인거 같습니다.

내가 아쉬울 때는 짧게 느껴지고

내가 힘이 들 때는 길게 느껴지고 말이지요.


월요일 아침에 눈 뜰 때면 

그렇게 무거웠던 몸도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도 않네요.


영화 속 대사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오늘 방송은 여기서 물러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난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다.

 하루를 위해서라도, 그저 내가 이 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